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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이야기/전래동화

착한선비와 구렁이, 그리고 까치 : 은혜갚은 까치

by 5min-kidstory 202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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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야기 

🌲 까치 가족을 구한 착한 선비

옛날 옛날,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곱고 활도 아주 잘 쏘는 선비가 살았어요. 선비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큰 꿈을 안고, 임금님이 계시는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씩씩하게 길을 떠났답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어요.

"깍! 깍! 깍!" "깍! 깍! 살려주세요! 깍!"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아이고! 세상에!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꿈틀꿈틀, 커다란 나무를 스르르 감고 올라가고 있었어요. 나무 꼭대기에는 작은 둥지가 있었고, 그 안에는 아직 날지도 못하는 아기 까치 세 마리가 겁에 질려 파들파들 떨고 있었죠. 어미 아빠 까치는 구렁이 주위를 빙빙 맴돌며 어쩔 줄 몰라 눈물을 흘리듯 슬프게 울부짖기만 할 뿐이었어요. 아기 까치들은 금방이라도 구렁이에게 꿀꺽 잡아먹힐 것 같았답니다.

그 모습을 본 착한 선비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저런! 저 불쌍한 까치 가족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선비는 망설이지 않고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 들었어요. 숨을 잠시 멈추고 구렁이를 정확하게 겨누었죠. "쉭!"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정확하게 구렁이의 몸통을 맞혔어요. 커다란 구렁이는 "쿠당탕!" 소리를 내며 나무 아래로 떨어졌고, 까치 가족은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답니다.

"깍! 깍! 고맙습니다! 깍! 깍!" 어미 아빠 까치는 선비의 주위를 몇 바퀴 돌며 마치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어요. 선비는 빙그레 웃으며 까치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 한양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답니다.

 

무서운 구렁이 아가씨의 약속

그런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깜깜한 밤이 찾아왔어요. 산속은 온통 캄캄해서 한 걸음도 떼기 어려웠죠. "큰일이다, 이 깊은 산속에서 어디서 잠을 자야 하나?" 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였어요. 저 멀리 숲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반짝이는 게 아니겠어요?

"아, 살았다! 저기 가면 묵을 곳이 있겠다!"

선비는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그곳에는 예쁜 아가씨가 혼자 사는 작은 오두막이 있었답니다. 아가씨는 선비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며 말했어요. "어머, 이 깊은 산속에 어쩐 일이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마침 저녁을 준비하던 참이었답니다." 아가씨는 선비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밥을 차려주었어요. 하루 종일 걷느라 배고프고 피곤했던 선비는 밥을 배불리 먹고는 금세 깊은 잠에 스르르 빠져들었죠.

그런데 얼마나 잤을까요? 갑자기 몸이 꽉 조여오고 숨이 턱 막혀서 선비는 눈을 번쩍 떴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낮에 자기가 활로 쏘았던 구렁이와 똑같이 생긴 거대한 구렁이가 자기 몸을 칭칭 감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구렁이의 얼굴은 바로… 선비를 반겨주던 예쁜 아가씨였어요!

"선비님. 저는 낮에 당신이 죽인 구렁이의 아내랍니다." 구렁이가 된 아가씨가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당신 때문에 제 사랑하는 남편이 죽었어요. 그래서 당신도 똑같이 복수할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하나 주지요." 구렁이는 꼼짝 못 하는 선비에게 속삭였어요. "저기 언덕 위 절에 있는 커다란 종이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딱 세 번 울리면, 당신을 살려주겠어요. 하지만 이 깊은 밤중에 누가 가서 종을 쳐줄까요? 호호호… 당신은 결국 죽게 될 거예요." 구렁이는 비웃으며 선비의 몸을 더욱 세게 꽉 조여왔답니다.

새벽을 울린 까치들의 종소리

선비는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온몸이 꽁꽁 묶여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이 깊은 산속 절에 가서 종을 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고, 선비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꼭 감았어요. '아,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마지막 숨을 내쉬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댕~!!!

갑자기 고요한 산속에 맑고 커다란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깜짝 놀란 선비와 구렁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죠. 이게 꿈일까 생시일까 생각하는 사이, 또다시!

댕~!!!

두 번째 종소리가 더 힘차게 울렸고, 이어서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한 듯한 세 번째 종소리가 새벽 공기를 갈랐어요!

댕~!!!

"크으윽… 약속은 약속이니…." 구렁이는 분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선비를 풀어주었어요. 그러고는 갑자기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머리에는 뿔이 돋고 멋진 비늘을 가진 용이 되어 "고맙다!"는 알 수 없는 한마디를 남기고 하늘로 훨훨 날아 올라갔답니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선비는 날이 완전히 밝자마자 절로 달려 올라갔어요. "대체 누가 나를 위해 종을 쳐주었을까? 꼭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그런데 종이 있는 종루 아래에 도착한 선비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어요. 커다란 종 아래에는 수십 마리의 까치들이 머리에 상처를 입은 채 힘없이 쓰러져 있었고, 커다란 종에는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묻어 있었답니다. 바로 어제 선비가 구해준 까치 부부가 동료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선비를 살리기 위해 작은 머리로 있는 힘껏 종을 들이받았던 거예요.

"아… 나를 살리기 위해… 너희가 목숨을 바쳤구나!" 선비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까치들을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었어요. "고맙다, 까치들아. 너희들의 착하고 용감한 마음을 평생 잊지 않을게. 꼭 좋은 곳으로 가렴." 선비는 까치들의 무덤에 큰절을 올리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한양으로 길을 떠났답니다.

 

 

📘 2.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한 가치들을 가르쳐 줍니다.

  • "친절은 반드시 돌아온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선비가 베푼 작은 친절(까치 가족을 구한 것)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아주 큰 선물로 돌아왔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한 착한 행동도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 "모든 생명은 소중해요" (생명 존중 사상): 선비는 사람뿐만 아니라 작은 까치의 생명도 소중히 여겼어요.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사람, 동물, 곤충 등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귀하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 "고마운 마음은 꼭 표현해야 해요" (결초보은): 까치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선비의 은혜를 잊지 않고, 목숨을 바쳐 그 은혜를 갚았어요. 도움을 받았을 때는 감사할 줄 알고,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배울 수 있습니다.
  •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 무서운 구렁이도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준다"는 약속을 지켰어요. 아무리 화가 나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배울 수 있습니다.

👩‍🏫 3.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팁

  • 질문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주세요:
    • "만약 네가 선비님이었다면, 무서운 구렁이를 보고도 까치를 구해주었을 것 같아?"
    • "남편을 잃은 구렁이 아가씨의 마음은 어땠을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 "까치들은 왜 그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종을 쳤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 "이 이야기에서 누가 가장 용감하다고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해?"
  •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해 보세요:
    • (선비) "구렁이에게 몸이 감겼을 때 선비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중에 까치들의 무덤을 만들어 줄 때 기분이 어땠을까?"
    • (구렁이) "남편을 잃었을 때 얼마나 슬프고 화가 났을까?" (악역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 주며 복잡한 감정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 (까치) "아기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엄마 아빠 까치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 슬픈 장면에 대해 이야기 나눠요: 까치들이 죽는 마지막 장면은 아이에게 슬픔을 줄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주며, 그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라 ‘고마움을 갚기 위한 숭고하고 용감한 희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주세요. "까치들은 죽어서 너무 슬프지만, 그 용기 덕분에 선비님이 살 수 있었던 거야. 정말 대단하지 않니?" 라고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해주면 좋습니다..

✍️ 4. 작가의 집필 의도

이 이야기는 어느 한 명의 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조상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전래동화'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 조상들이 자손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중요한 마음들이 담겨 있습니다.

  • 불교의 '인과응보' 사상을 가르치기 위해: "원인과 결과는 반드시 이어진다"는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을 쉽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착한 일을 한 선비는 복을 받고, 한을 품었던 구렁이는 약속을 지킨 뒤 용으로 승천(더 좋은 존재가 됨)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훈을 주려 했습니다. 선비가 마지막에 까치들에게 "성불하시오"라고 비는 것 역시 불교적인 색채를 보여줍니다.
  •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찮게 보이는 미물이라도 함부로 해치지 말고 소중히 여기라는 생명 존중 사상을 이야기 속에 녹여낸 것입니다.
  • '은혜를 갚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갚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우리 민족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회적 윤리였습니다.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는 까치의 모습을 통해, 그 어떤 가치보다 '의리'와 '감사'가 중요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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